현장 실증: 닫힌 관람석을 허문 시민 참여형 축성 아키텍처 '화홍 잇다'
2026년 10월 초,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의 심장부인 행궁광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선을 압도하는 것은 거대한 대형 건축물 '화홍'입니다. 수원화성의 대표 누각인 화홍문(華虹門)을 현대적으로 모티브화한 이 구조물은 놀랍게도 전문 건설사가 세운 차가운 철골이나 가설 텐트가 아니었습니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직접 손으로 상자를 조립하고 이어 붙여 성벽으로 연결해 나간 '화홍 잇다' 공동 창작 파빌리온이었습니다.
이 장면은 글로벌 MICE 기획자들에게 매우 본질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기존의 대형 컨벤션이나 축제는 주최자가 무대와 부스를 완성해 놓고 방문객은 단지 티켓을 끊고 들어와 박수를 치고 나가는 '철저한 공급자-소비자 분리 모델'에 갇혀 있었습니다. 그러나 '화홍 잇다'에 참여한 시민들은 관람객에 머무르지 않고, 1795년 성곽을 쌓았던 옛 석공과 목수들의 협력(Collaboration)을 오늘날의 손길로 재현하며 자신이 축제의 일부를 직접 '건축'하는 주체적 감각을 획득했습니다.
광장 초입에 세워진 정조대왕 행차 조형물부터 거대한 화홍문으로 이어지는 동선은, 방문객들로 하여금 휴대폰 카메라를 켜고 자신의 손길이 닿은 구조물을 배경으로 축제의 순간을 적극적으로 기록하고 공유하게 만드는 '자생적 소셜 미디어 바이럴의 거점'으로 기능했습니다.
성곽 축성의 촉각적 에듀테인먼트: 돌·나무·먹의 감각 경제학
많은 도시 축제와 비즈니스 박람회가 디지털 스크린과 홀로그램 등 화려한 시각적 효과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지만, 행사가 끝난 뒤 참가자의 뇌리에 남는 기억은 희미합니다. 반면 수원화성문화제의 '축성을 도와줘' 프로그램은 완벽히 차별화된 '촉각적 물질성(Hands-on Materiality)'에 집중했습니다.
프로그램 안내서에 명시된 돌 뜨기, 수원화성 탁본 뜨기, 돌 옮기기, 목재 다듬기, 문양 찍기의 5대 공정은 역사 속 노동을 고스란히 놀이(Play)이자 지식으로 치환했습니다. 돌을 쪼개고 다듬는 망치 소리, 대패질을 통해 손끝에 전해지는 나무의 서늘한 결, 화선지 위에 전통 먹물로 문양을 두드려 작품을 떠내는 과정은 그 어떤 메타버스나 4K 영상도 제공할 수 없는 '육체적 실감성'을 선사했습니다.
특히 탁본 뜨기 체험을 마친 가족들이 직접 만든 작품을 들고 환하게 웃으며 촬영하는 기념사진은 일회성 소모품이 아닌, 가정의 거실에 영구 보관되는 목적지 브랜드의 '살아있는 기념품(Living Souvenir)'이 되었습니다. 또한 전통 도르래와 목재 기구를 활용한 '축성 놀이터'는 유아부터 조부모까지 전 세대가 성곽이라는 무대에서 3시간 이상 머무르게 만드는 결정적 체류 앵커(Stay Anchor)로 작동했습니다.
1795년 을묘원행의 파격 '별시(別試)'와 시민 마당극: 계급을 넘은 인재 등용의 MICE적 부활
수원화성문화제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조선시대 과거시험을 시민 참여형 마당극으로 재현한 '별시날'이었습니다. 1795년 정조대왕이 화성 행차 당시 한양의 문벌 귀족이 독점하던 권력 구조를 깨고, 수원 현지의 능력 있는 인재들을 신분에 구애받지 않고 직접 선발하고자 단행했던 특별 과거시험 '별시(別試)'의 거버넌스 철학을 무대화한 것입니다.
시민들은 도포와 갓을 갖춰 입고 시제(詩題)가 적힌 시험지에 붓을 들어 답안을 작성했습니다. 근엄한 역사적 고증에 재치 있는 마당극 배우들의 연출이 덧입혀지면서, 관객석과 무대의 경계는 완전히 허물어졌습니다. 이는 현대 기업 회의나 국제 컨벤션이 왜 '상호작용적 역할극(Interactive Role-Playing)'을 도입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웅변합니다. 일방적인 기조연설보다 참가자가 조직의 핵심 어젠다를 해결하는 미션을 직접 수행할 때 몰입도(Engagement Rate)는 3배 이상 폭증합니다.
여기에 액운을 쫓는 '방상시 가면공방'과 화성행궁 곳곳의 헤리티지 스팟을 탐방하는 '7개의 보물 스탬프 투어', 그리고 자발적으로 한복을 입고 거리를 점유한 수많은 방문객들의 행렬이 더해지며, 수원화성은 거대한 단일 무대로 완성되었습니다.
콘크리트 전시장 박스를 넘어: 도시 오픈 스페이스 점유와 체류 가치(Dwell Time)의 경제학
현재 전 세계 주요 도시와 컨벤션뷰로(CVB)들은 수천억 원의 자본을 들여 전시장 실내 면적(Gross Floor Area)을 확장하는 데 골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참가자들의 입장에서 전 세계 거의 모든 전시장 내부는 규격화된 부스, 균일한 조명, 카펫 냄새로 가득 찬 '익명의 콘크리트 박스(Commoditized Concrete Box)'에 불과합니다.
수원화성문화제가 제시하는 해법은 명확합니다. 행사의 무대를 실내 박스에 가두지 않고, 도시의 야외 오픈 광장과 5.7km에 달하는 역사 유적 전체를 거대한 '오픈 파빌리온'으로 개방하는 것입니다. 관람객이 스스로 구조물을 짓고, 흙과 돌을 만지며, 마당극의 배우가 되는 순간 평균 체류 시간(Dwell Time)은 실내 전시장의 통상 체류 시간(45분~1시간)을 훌쩍 뛰어넘는 3.8배(3~5시간 이상)로 확장됩니다.
- • 4벽으로 차단된 폐쇄형 실내 부스 임대 구조
- • 수동적 관람객(Passive Audience): 브로슈어 수집 위주
- • 평균 체류 시간 45분~1시간 내외, 피로도 급증
- • 주변 도심 상권과의 단절 및 지역 승수 효과 제한
- • 광장·성곽 등 도시 전체를 아우르는 오픈 에어 베뉴
- • 능동적 창작자(Active Co-Creator): 축성·탁본·별시 참여
- • 평균 체류 시간 3.8배 증가 (3~5시간), 감정적 애착 형성
- • 도심 식음·골목 상권 점유로 고부가가치 소비 승수(RevPAE) 창출
이러한 장기 체류는 자연스럽게 행궁동 일대의 행리단길 골목 상권, 지역 공방, 식음료(F&B) 매장으로 소비가 낙수되는 강력한 경제적 승수 효과를 창출합니다. 전시장을 지어놓고 임대료를 받는 '부동산 임대업'의 한계를 벗어나, 도시의 오픈 스페이스를 참가자가 주도적으로 채워가는 '플랫폼 비즈니스'로의 진화입니다.
글로벌 MICE 리더 및 도시 전략가를 위한 3대 핵심 실행 지침
제63회 수원화성문화제의 '화홍 잇다'와 '별시날'이 증명한 헤리티지 플레이스메이킹 성공 방정식을 바탕으로, MICE SIGNAL은 산업 리더들을 위한 3대 부문 실행 지침을 제언합니다:
소모적 현금 유치 경쟁 탈피: '참여형 헤리티지 오픈 파빌리온' 공식 호스팅 그랜트 패키지 제도적 표준 수립.
단순 가격 출혈 매칭을 넘어, 대형 국제회의 및 글로벌 서밋 유치 시 도시의 상징적 유적지·광장에서 참가자 전체가 도시 비전을 함께 건축하는 '공동 창작 오픈 파빌리온 세션'을 공식 호스팅 패키지로 연계 제공. 공공 재정을 장기적인 도시 브랜드 자산과 체류 경제(Stay Economy)로 전환하는 전략적 프레임워크 구축.
단순 실내 공간 임대 탈피: 야외 광장·로비의 '촉각적 핸즈온 마테리얼 존' 모듈화 전환 및 공간 가용 수율(RevPAE) 극대화.
베뉴 로비와 야외 진입 광장의 유휴 공간을 단순 동선이 아닌 고부가가치 몰입 존으로 재정의. 수원화성의 '축성을 도와줘' 모델처럼, 주최 산업의 원자재와 핵심 솔루션을 참가자가 손으로 직접 만지고 조립·체감하는 '모듈러 핸즈온 키트 및 야외 플레이스메이킹 존'을 정규 부가 수익 패키지로 상품화.
일방향 청취 세션 탈피: 참가자가 현장 미션을 주도하는 '인터랙티브 롤플레잉 세션' 정규 표준화.
단순 기조강연 및 패널 토론을 넘어, '별시날' 롤플레잉 모델처럼 참가자에게 핵심 어젠다의 심의위원·정책 입안자 역할을 부여하고 현장에서 실시간 의사결정을 도출하는 '게이미피케이션 세션' 설계. 이를 통해 참가자 몰입도(Engagement) 3배 제고 및 차기 행사 재등록률 85% 이상 선제 락인.
20년 차 글로벌 MICE & 도시 메가 이벤트 기획·운영 총괄. 전시장 인프라와 여행 비즈니스 최전선을 거치며, 도시가 단순 관람객 수를 넘어 1인당 고부가가치 소비(RevPAE)와 장기적 브랜드 자산을 창출하는 'C-Suite 인텔리전스 거버넌스'를 설계하고 있습니다.